동물이 나오는 방송 프로그램은 여전히 인기가 높고 애완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증가 추세다. 우리 사회에 인정이 결핍되고 일상이 각박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미국 사회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국 가정의 63%가 한두 마리의 애완동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됐다.
2003년 미국 뉴욕주립대 심리학자 카렌 앨런은 애완동물이 곁에 있으면 혈압이 낮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애완동물이 사람에게 위안이 된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학자는 거의 없지만 동물매개치료(AAT: animal-assisted therapy)의 효용성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동물을 사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동물매개치료라 한다. AAT에 사용되는 동물은 말, 개, 고양이, 토끼, 새, 물고기, 돌고래 등이다. AAT는 정신분열증, 우울증, 공포증, 강박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등 각종 정신질환 치료에 활용된다.
동물매개치료는 1792년 영국에서 처음 시도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1960년대에 미국 예시바대 심리학자 보리스 레빈슨에 의해 처음 정립되었다. 동물매개치료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돌고래매개치료(DAT: dolphin-assisted therapy)이다. 자폐증이나 발육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에게 사용되는 DAT는 미국의 플로리다와 하와이에서 주로 실시되며 멕시코, 이스라엘, 러시아, 일본, 중국, 바하마에서도 활용된다.
DAT를 받는 동안 아이들은 물속에서 나무못에 고리를 거는 것처럼 기본적인 동작을 하면서 돌고래와 상호작용한다.
DAT는 여러 웹사이트(www.dolphinassistedtherapy.com )에서 치료 효과가 대단한 것으로 선전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07년 미국 에머리대 심리학자 로리 마리노와 스콧 릴리엔펠드는 '앤스로주스(Anthrozoos)' 9월호에 DAT의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동물매개치료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콧 릴리엔펠드는 격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6·7월호에 기고한 칼럼에서 AAT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AAT는 치료 효과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돌고래매개치료의 경우, 치료비가 3000~5000달러이다. 치료 장소로 이동하는 교통비와 숙박비는 별도이다. 둘째, AAT는 신체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돌고래매개치료의 경우, 치료 도중에 아이들이 돌고래에 의해 상처를 입기 일쑤이고 돌고래가 전염병을 옮길 가능성도 있다. 셋째, AAT는 동물 자체에게 달갑지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 돌고래매개치료의 경우, 돌고래를 치료시설로 옮기면서 어미나 새끼들과 떼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운반 도중 부주의로 죽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동물매개치료가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고 해서 많은 동물이 인간의 반려로서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사실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애완동물은 외로운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가족이나 친구 못지않게 소중한 존재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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